칭찬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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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임덕성소방교님 정말 축하드립니다
작성자
관리자
등록일
2009-07-03
조회수
1266
내용

임덕성님이 여의도호텔에 묵는다는 연락을 받고도 일이 있어 가보지 못하고
다음날인 4월 21일에 열리는 KBS 119상 수상장면을
텔레비전으로 보면서
항상 쾌활하고 명랑해서 주위 사람들을 기분좋게 만드는
님을 생각하였습니다.


저는 지금은 애 교육 때문에 서울에서 살고 있는데
1993년부터 2005년 까지
성지한의원과 동해성지병원을 운영하면서
동해에서 거주하였습니다.


한의원을 하는 동안에는 소방서와 별로 만날 일이 없었는데
2003년 부터 2005년까지 성지병원(현재 해람병원으로 이름이 바뀌었음)
을  경영하다보니
준공할 때 해야하는 소방검사부터 시작해서
응급실로 들어오는 구급차에서 정기적인 소방점검까지
여러가지로 접촉할 일이 많아지더군요.


소방서 식구들과 어달리의 횟집에서 회식을 한번 한 적도 있었는데
그때 보니 소방서 분들 술이 되게 쎄시더라고요.


접대하는 입장에서 건네지는 술잔을 거절하지 못해 받다보니
그 후로 며칠간 속이 아파 무척 고생했습니다.
 

한의원 시절에 소방서의 덕을 보았던 일을
한가지 이야기 하고 싶습니다.


어느날 일요일 저녁에 부엌에서 일하던 집사람이
냄비를 만지다가 손을 데었습니다.


 119에 전화해야 할 정도의 심한 화상이 아니라서
약국에서 화상거즈를 사려고
당시 살고 있던 이도리에서 차를 몰고 천곡동으로 나갔습니다.


그런데 뜻하지 않게도
문을 연 약국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제야 생각해보니 일요일이라  당번약국 빼고는
다들 문을 닫은 모양이었습니다.


문을 여는 약국이 있나 싶어 찾아 헤맸으나 찾을 수가 없어
아파하고 있을 집사람을 생각하니 맘이 급해졌습니다.


그때 근처에 있던 동해소방서가 눈에 띄어
혹시나 싶어 들어가서 사정 이야기를 드렸더니
선뜻 화상거즈를 내어 주시면서 빨리 가서 치료하라고 하셨습니다.


화상거즈가 그 곳에 있으리라고는 기대하지도 않고
그날  문여는 당번약국의 위치만 알아 보려고 들어갔는데
한시가 급하게 아픔에 시달리는 집사람을 위해
시간을 낭비하지 않고 원했던 물건까지 얻게 되니
소방서에도 화상거즈가  다 있구나 싶어 신기할 정도였습니다.


예상치 않게 덕을 보면서 소방서가 이렇게까지
세심하게 시민에게 서비스 하는구나 싶으니
큰 일은 아니었지만 참으로 고마왔고 감동받았습니다.


동해시민의 수호천사라는 말이 이래서 나오는 구나
하는 고마운 마음으로 내 곁에 있어준 119에 감사하며
집사람의 데인 상처를 치료할 수 있었습니다.


성지병원을 하면서 자연히 소방서 사람들과 만나게 되었는데
임덕성님과 당시 응급구조대장 이셨던 김해수님
(지금은 삼척소방서에 계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
당시 서장이셨던 류연찬님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다들 좋은 분들이셨습니다.


이제 제 인생에서 겪었던 가장 충격적인 산악사고를
여러분께 고백하고자 합니다.


병원을 경영하면서 겪게 되는 어려가지 어려움들을
극복하려면 먼저 체력이 있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2004년 봄부터 내외가 등산을 하게 되었습니다.


휴일에는 태백의 태백산과 동해의 두타산을 다녔고
출근 전 새벽에는 관음암 코스로 등산하였습니다.


가을쯤 되니 산 타는 즐거움을 어느 정도 느낄 수가 있었습니다.


2004년 11월 2일 새벽에 사고를 냈습니다.


11월 부터는 겨울철 안전사고 예방과  등산로 보호 차원에서
일부 등산로를 출입통제 한다는 안내가 발효된 
 다음날 이었습니다.


전날 저녁에 비가 조금 내려
바닥이 축축하여 먼지는 나지 않았고
낙엽이 젖어 밟으면 미끄러웠습니다.


하늘문 계단을 내려오다보면 중간에 바위가 지붕을 이룬 듯한 곳이 있는데
그 곳에서 이곳만 내려가면 코스가 쉬운 평지가 된다는 성급한 마음과
이제 이만큼 다녔으니 처음에 다리가 후들거리게 떨리던 하늘문도
많이 친근해졌다는 오만한 마음이 들어 뛰어 내려왔습니다.


그러다가 비에 젖은 가파른 계단에서 미끄러졌습니다.


  미끄러지면서 앞에 가던 집사람 뒤를 쳤고
나는 그 반동으로 옆의 쇠로 된 손잡이를 잡고 멈춰섰으나
느닷없이 뒤를 받친 집사람은 쿵쿵쿵쿵 소리와 함께
 계단 끝까지 하염없이 엉덩방아를 찧으면서 굴러가
계단 끝과 바위 사이에 쳐박혔습니다.


사고가 나기 바로 전에 앞서 가던 집사람이
짧은 계단에서 뒤돌아 보지는 못하고 앞을 본 채로 내게
계단이 미끄러우니 조심하라고 얘기해 주었습니다.


그런데 세상에 이럴 수가!


내가 무슨 짓을 한 거야 .


이게 꿈이겠지, 아마 꿈일거야, 꿈이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중얼거리며
 

혼비백산해서 얼이 빠진 상태로 계단을 내려가 보니
죽었을 것 같은 마누라가 살아 있는 게 고마왔습니다.

꿈인지 생시인지 분간이 안되는 아득하기만 한
 그 상황에서는 어쩔 줄 몰라 울음 밖에 나오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집사람이 내게 빨리 119에 연락하라고 말해 줘서 정신이 들었습니다.


집사람은 땀이 나 있는 상태에서
몸을 움직이지 못하자 춥다고 얘기하였습니다.


새벽에 내외가 함께 하는  등산이라 굳이 휴대폰을 가지고 다닐 필요가 없어서
항상 휴대폰을 가지고 다니지  않았기에
삼화사에라도 도움을 청하려고 무조건 산을 뛰어 내려오다가
등산 길에 항상 마주치는 남자 두분과 만나게 되어 사정 이야기를 하였습니다.


 서로 지나치면서 얼굴을 익혔고
관음암 코스를 우리와는 반대로 등산하는 분들이었기에
하늘문 계곡의 험준함과 위험성을 익히 알고 있어
내 얘기를 들은 두 남자분들은 얼굴이 하얗게 질리면서
나보다  더 놀라서 바로 119로 전화하고는
같이 하늘문 계단으로 뛰어 갔습니다.


심하게 골절이 됐을 걸로 여겨지는 집사람은 계곡 자갈 위에 앉아
저체온증에 시달려 춥다고 하면서 몸을 떨고 있었지만
섯불리 손을 댔다가는 상태만 더 악화시킬 것 같아서
입고 있던 옷만 벗어서 입혀 주는 것 외에 세 사람 모두
환자를 멀거니 바라다 볼 뿐 더 이상 손을 댈 수가 없었습니다.


두 남자 분들의 휴대폰을 빌려 집으로 전화해서
당시 동해삼육초등에 다니던 딸에게 떨리는 목소리를 진정해 가며
엄마 아빠는 병원에 급한 일이 생겨 여기서 바로 출근해야 하니
아침 챙겨 먹고 혼자 학교가라고 얘기하면서도
애엄마 뿐만 아니라 애에게까지도 큰 고통을 주는 일을
저질렀구나 싶어 죽을 것만 같은 심정이었습니다.



애가 타게 기다리니 전화 한지 한시간쯤 후에
여덟명의 주황색 복장의 사람들이 장비를 들고 올라왔습니다.


뜻밖에도 구급대 일행의 선두에서 그 분들을 인솔하던 분은 평소부터 알고 지내던 임덕성님이었습니다.

임덕성 님도 깜짝 놀란 듯, 비통한 목소리로 외쳤습니다.


아니 이사장님 아니세요(집사람은 당시 의료법인 동해성지병원 이사장이었습니다)


그 분들은 익숙하게 골절환자에게 적합한 처치를 하고 응급침대에 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