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서 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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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선자령 정복기
작성자
강릉소방서
등록일
2009-11-04
조회수
727
내용

 

  안녕하십니까? 저는 강릉소방서에서 근무하는 의무소방원 상방 이재경입니다. 올 초 순백의 선자령을 올랐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봄, 여름, 가을이 지나 겨울이 왔습니다. 11월 2일 영동지방엔 폭설이 내렸습니다. 첫 눈 치고 정말 화끈하게 내렸던 것 같습니다. 뉴스에서 대관령이 2일 21.6cm의 적설량을 기록했다고 합니다. 또한 강릉과 속초는 11월 최다 적설량 기록을 갈아치웠다고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눈이 많이 왔기 때문에 첫 눈을 즐기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었지만 군인의 신분 때문에 마음껏 즐기는 것을 포기하고 있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강릉소방서의 직장체육대회에 함께할 수 있는 기회가 저에게 주어져서 행복한 산행을 하고 왔습니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올 초에도 선자령을 올랐던 적이 있었습니다. 혹시, 얼마 전 일인 것 같으면서도 기억이 가물가물한 일들 있으십니까? 저에게는 올 초에 올랐던 선자령이 딱 그 느낌입니다. 온 산이 눈에 파묻혀 있던 선자령을 올랐던 기억은 생생한데 정확한 날짜는 떠오르지 않고, 정확한 목적도 떠오르지 않는 걸 보니 아무래도 저의 머리를 탓해야 할 것 같습니다. 돼지머리가 생각나는 것으로 보아 아마 한해를 별 탈 없이 보내는 기원제를 지냈던 것 같습니다.

 

  어쨌든, 오늘 올랐던 선자령은 지난번의 선자령과 꼭 빼닮았습니다. 온 산이 눈으로 뒤덮여 있었고 바람도 시원하게 불고 있었습니다. 전과 똑같은 코스를 가서 더 그랬던 것 같습니다. 전에 올랐던 길을 다시 오르면 지루할 것 같다는 생각도 잠시 했었지만, 오르고 보니 너무 반가웠습니다. “난 이 길을 안다. 전에 걸어 봤다. 익숙하다.”라는 생각으로 산행을 하니 마치 내 집 같은 편안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강릉 시내가 내려다 보이는 전망대의 경치는 역시 최고였습니다. 초?중?고등학교 12년을 강릉에서 보냈지만, 이렇게 높은 곳에서 내려다 보는 강릉의 모습은 항상 감동적인 것 같습니다. 내가 태어나고, 자라고, 지금 군생활을 하고 있는 곳이 이렇게 멋지다니!

 

  즐거웠던 산행을 마치고 점심은 정말 맛있었던 토종닭을 먹었습니다. 역시 운동하고 먹는 음식 맛은 평소에 먹는 맛과는 차원이 다르다는 걸 다시 한 번 느꼈습니다. 지난번에도 정말 맛있게 먹었는데, 역시 맛있었습니다. 식당에서는 직원분들의 평소 볼 수 없었던 모습들, 생각들을 보고 들을 수 있어서 기뻤습니다. 또한 식당에서는 서장님께서 저에게 건배제의를 하라고 기회를 주셨는데, 입대 전의 저라면 쑥스러워서 피하고 싶었을 지도 모르고, 할 말도 없었을텐데, 무사히 말을 마치고 나서 들었던 생각이, 군 생활을 하면서 내가 참 많은 것을 보고, 느끼고, 배우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예를 들어, 조직이 원활이 돌아가려면 조직생활에 있어서 공통된 목표를 가진 개인이 있어야 하고, 그들은 자신의 일에 대한 책임과 함께 동료를 위해 어느 정도 희생은 감수할 수도 있어야 한다는 것을 직접 눈과 마음으로 보고 느꼈습니다. 또한 이러한 조직에 비전을 제시하고 개인들을 조율하는 것이 리더의 역할이라는 것을 배웠습니다. 특히 강릉소방서의 리더이신 서장님의 일거수일투족을 보고, 듣고, 느끼면서 개인적으로도 많은 생각을 해볼 수 있었고 많이 배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런 것들은 제가 앞으로 살아가면서 엄청난 자산이 될 여러 가지를 배운 것 같습니다.

 

  즐겁게 산행을 하고, 맛있는 닭을 먹고, 약간은 성장했다는 뿌듯함을 느끼며 본서로 돌아오니 정말 뿌듯합니다. 약간의 피로감도 즐겁게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저는 이제 군 생활이 6개월 정도 남았습니다만 남은 군 생활도 많은 것을 보고, 듣고, 느끼고, 생각하며 살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오늘 즐겁게 선자령을 오를 수 있도록 해주신 서장님과 직원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또한 두서없이 횡설수설 쓴 글을 끝까지 읽어주신 분들께도 감사드립니다.

 


2009.11.3 

강릉소방서 의무소방원 상방 이재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