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림마당
소방서 소식
본문 시작
정든 직장을 떠나며...
먼저!!
퇴임사에 앞서 제가 이 자리에 서 있다는 자체가 실감이 나지를 않습니다.
엇 그제 소방공무원이 된 것 같은데...퇴직이라니... 하지만 한마디로 시원섭섭합니다. 그러나 미련도 후회도 없이 훌훌 털어 버리고 못 다한 일은 사랑하는 후배들에게 남기고 떠나려 합니다.
33여년전 타 공무원생활을 할 때 소방공무원은 하루근무하고 하루 휴식을 취한다 하여 그것이 아주 좋은 줄만 알고 소방공무원이 되었는데 막상 소방공무원이 되고 보니 후회가 막심해 몇 번이고 뛰쳐나가려 했지만 여의치 못하여 하루하루 생활한 것이 어느덧 강산이 세 번 이상이나 변한 것 같습니다.
세월이 流水와 같다더니 정말 세월의 빠름을 실감합니다. 엇 그제 입사한 것 같은데 정년퇴임이라니 꿈만 같습니다. 그동안 저를 아껴주며 격려해주신 모든 분들께 정말 고마고 또 감사하다는 말씀을 전합니다.
한달 모자라는 39년이란 긴 세월이 참으로 주마등같이 지나가는 것 같습니다. 우리 소방은 이제 겨우 3교대 근무를 실시하고 있습니다만 제가 처음 입문했을 땐 아침 8시에 출근하여 다음날 아침 10시나 11시에 퇴근하는 날이 다반사였고,
지금처럼 차량이 많은 것도 아니고 자전거를 타고 출퇴근하며 아침 겸 점심식사를 하고 다시 출근하여 하루 종일 소방검사를 다니다 보면 입에서 단 냄새가나고 기진맥진하여 사무실에 들어와 정리하고 퇴근하며 동료직원과 소주한잔 기울다보면 당시 통행금지 사이렌 소리를 듣는 것이 생활화되기도 했습니다.
사랑하는 후배여러분!!
저는 소방을 위해 정말 앞만 보고 달려왔습니다. 그러다보니 가정에는 빵점이요. 부모형제와 일가친척친지 및 조상님들께도 불효가 되었답니다.
이제 퇴임이란 자리에 서고 보니 후회가 많이 됩니다.
내 사랑하는 후배들은 저와 같은 전처를 밟지 말고 제일먼저 가정을 최우선시 하시고 직장은 그 다음으로 미뤄주시기 바랍니다.
家和萬事成이란 옛말이 있지를 않습니까? 가정이 편해야 만사가 편한 것 입니다.
얼마 전 제 아내가 퇴직하면 삼식이 되지 말고 점심식사는 각자 해결하자고 하기에 저는 냉장고 문을 열어보면 머리에 쥐가 날 것 같아 그냥 닫습니다. 어떻게 찾아 먹느냐고 반문을 했더니
이튼 날 뭔 지펠 냉장고 인가 뭔가를 들여놓는데 문이 좁아 들어오지를 않아서 배달해주시는 분들이 숱한 고생 했습니다.
저는 냉장고 바꾼 이후에도 아직 냉장고 문을 열어보지를 않았습니다. 물병만 꺼내려고 조그마한 문을 열고 물만 꺼내 먹었습니다.
그리고 집에 가면 하루종이 지치고 피곤해도 오늘 한일 중에 잘못 한 것이 없는지?
내일은 또 무엇을 어떻게 할 건지를 생각 하냐고 눈을 지그시 감고 있으면 답답해 죽겠다고 제발 눈 좀 뜨고 뭔 말이라도 하라고 합니다. 저는 집에서 하는 말이 딱 세 가지 있답니다.
퇴근해서 씻고 나면 밥 줘, 잘 시간되면 자자, 불 꺼 이말 세 마디였습니다. 이렇게 살았으니 제 집사람 얼마나 속이 터졌겠습니까? 그래서 암 병도 걸렸다고 합니다.
여러분들은 제발 저와 같이 근무하지 마시고 가족을 위해 가정을 위해 남다른 노력도 기울여 주시기 바랍니다.
또 저와의 인연으로 잠시나마 불편하셨던 분들은 이제 다~훌훌 털어버리시고 좋은 기억만 고이고이 간직해 주시기 바랍니다.
사랑하는 소방가족 여러분!
소방의 할일이 무궁무진합니다. 그러나 저는 이제 정든 직장을 떠나야 합니다.
못다 한 일은 후배들에게 남기고 떠나렵니다.
시민들의 욕구는 한도 끝도 없습니다.
이런 제하에 본부장님께 한 가지 건의 드리고자 합니다.
현 부족한 소방력으론 시민의 안전욕구를 도저히 충족시킬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니 인명구조구급 및 화재진압 등 위급한 상황은 소방공무원들이 현행대로 실시하고
위급하지 않은 동물구조나 실종자 수색 등 생활민원은 이제 저같이 퇴직한 소방력을 활용한다면 안전사고 예방은 물론 직원들도 좀 쉴 수 있는 시간과 소방력을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자리에 참석해주신 모든 분들께서도 소방에 대한 사랑과 관심 지속적으로 보내주고,
저희들이 지금까지 앞만 보고 시민의 생명과 신체 재산을 보호하냐구 내 생명까지 팽개치면서 열심히 근무한 결과 대한민국 공무원 중에 가장 신뢰받는 공무원이 될 수 있었다는 것에 개인적으로 마음 뿌듯합니다.
그리고 그동안 생업을 뒤로하고 소방업무를 물심양면으로 도와주신 의용소방대장님 여러분들에게도 다시 한번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저는 이제 자연인으로 돌아갑니다. 선배님들 귀엽게 돌봐주시고 후배님들 항상 건강하시고 무엇보다 안전에 유의하면서 우리의 소방행정발전을 위해 더더욱 노력해 주시기 바랍니다. 직원여러분 정말 사랑합니다. 그리고 행복했습니다.
자리에 함께하신 모든 분들 늘 건강하시고 가정에 행복이 충만하시길 빌면서 퇴임사에 갈음합니다.
감사합니다.
2012. 6. 27.
춘천소방서장 조 완 구 드림